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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원감리교회

2022년 3월 16일 사순절 묵상자료

오목사 2022.03.12 22:16 조회 수 : 7

술과 피

 

본문말씀: 2:1~11

1. 사흘째 되는 날에 갈릴리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예수의 어머니가 거기에 계셨고,

2. 예수와 그의 제자들도 그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3.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니,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말하기를 "포도주가 떨어졌다" 하였다.

4. 예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그것이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도 내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5. 그 어머니가 일꾼들에게 이르기를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하였다.

6. 그런데 유대 사람의 정결 예법을 따라, 거기에는 돌로 만든 물항아리 여섯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은 물 두세 동이들이 항아리였다.

7. 예수께서 일꾼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 그래서 그들은 항아리마다 물을 가득 채웠다.

8.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제는 떠서, 잔치를 맡은 이에게 가져다 주어라" 하시니, 그들이 그대로 하였다.

9. 잔치를 맡은 이는, 포도주로 변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으나, 물을 떠온 일꾼들은 알았다. 그래서 잔치를 맡은 이는 신랑을 불러서

10. 그에게 말하기를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뒤에 덜 좋은 것을 내놓는데, 그대는 이렇게 좋은 포도주를 지금까지 남겨 두었구려!" 하였다.

11. 예수께서 이 첫 번 표징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시니, 그의 제자들이 그를 믿게 되었다.

 

2~3번 천천히 깊이 읽으십시오. 지금 나에게 말씀하심을 새기며 읽으십시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첫 번째 사역으로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기적을 소개합니다. 특이하게도 요한은 기적이라는 말 대신 표징’(sign)(2:11)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요한복음에서의 기적은 그 자체가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차원의 진리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가능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꾼 표징 역시 이 표지판(sign)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합니다. 예수께서 포도주로 바꾼 물은 식수가 아니라 정결 예식에 사용하는 물입니다. 그러니 이 기적은 앞으로 인간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은 종교 예식의 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피라는 상징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새롭게 제공된 포도주로 인해 더 활기차고 환희에 넘치게 된 잔치 분위기 때문에 우리는 이 피가 지닌 죽음의 상징을 쉬이 놓치곤 합니다. 하지만 기쁨을 가져다 준 포도주는 훗날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기억하기 위한 엄숙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마태와 마가와 누가처럼 복음서 중에서 가장 늦게 기록된 요한복음 역시 예수님의 사역 처음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 자리가 잔치의 자리였기에 이 죽음의 그림자는 더욱 역설적입니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술에서 못에 찢기고 창에 찔려 흐르는 피가 어른거립니다.

 

이 처음 기적의 자리에 예수님의 어머니가 함께 언급된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특이하게도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어머니가 다른 모든 복음서들에서와 달리 예수님의 처형 당시 십자가 곁에 있었던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니까 요한복음 속에서 예수님의 어머니는 예수님의 사역의 처음과 마지막을 감싸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십자가에서 처음 표징에서와 같이 피와 물을 다시 한 번 발견합니다. ”병사들 가운데 하나가 창으로 그 옆구리를 찌르니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19:34)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나타난 표징으로 주님은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셨고 제자들 역시 주님을 믿게 되었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은 오직 영광만을 보았겠지만 기적을 행하신 주님은 당신의 마지막을 함께 보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