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출애굽’의 길에서 만난 교회
― 쌍샘자연교회 탐방 소감
11월 13일 목요일 충북 청주 쌍샘자연교회에 다녀왔습니다. 환경부 주관 녹색교회 탐방 2회차입니다. 지난 5월 말 서울 청파교회가 첫 번째였지요. 이번 발걸음에는 김미숙 권사님, 박복순 권사님이 함께 해 주셨고, 환경부원은 민진영 목사님, 엄은혜 권사님, 김정신 집사님, 양훈도 권사가 참여했습니다. 특별히 오가는 길 운전을 한사랑교회 정종훈 목사님이 도맡아서 수고해 주셨어요. 쌍샘자연교회에서 들은 얘기, 그곳 담임목사님이 쓰신 책 그리고 저의 소감을 요약해 보았습니다.
교회의 창립과 이전 이야기
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담임목사님은 마침 11월 10일 바울선교여행의 길 성지순례를 가셔서, 김종철 부목사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한쪽에 카페 있는 교회 서점에서요. 서점과 카페는 교인 중심으로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한다더군요.
쌍샘자연교회의 원래 이름은 쌍샘교회입니다. 청주시 모충동에서 1972년에 창립예배를 드렸답니다. 백영기 목사님은 교회 설립 당시부터 어린이와 공동체의 중시해서 공부방과 작은도서관을 열었다는군요. 이를테면 달동네 사회선교지요. 쌍샘이라는 이름은 초기 교회가 있던 동네에 샘이 두 곳이어서, 거기서 따왔다더군요.
그런데, 1900년대 말부터 모충동 재개발로 떠나는 주민이 많아서 고민하던 끝에 교회를 청주 외곽 농촌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당시 행정구역으로는 청원군 낭성면 호정리였고, 현재 주소는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호정전하울길 158입니다. 이곳 배추밭 930여평을 덜컥 계약부터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100교회에 100만원씩 도움을 요청했다는군요. 쌍샘교회 시절 목회가 잘 이뤄졌다는 증거겠지요?
하여튼 대범하게 도심에서 대자연으로 가기로 했는데, 문제는 호정리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를 했다 합니다. 제법 큰 마을이었다가 도시로 떠난 이가 많아 6가구 정도가 남은 마을이었는데, 난데없이 연고도 없는 교회가 터를 1천평 가까이 잡아 옮겨온다니, 소위 이단교회가 아니냐는 거였지요. 우여곡절 끝에 백 목사님이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교회가 마을에서 떠나겠다’는 각서를 주민들에게 써 주고서야 교회를 지을 수 있었답니다.
예배당이 완공되고 2002년 입당예배를 드리면서 쌍샘교회라는 이름에 자연을 넣어 쌍샘자연교회로 개명을 했습니다. 자연·문화·영성을 키워드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 것이지요. 세 키워드 바탕은 물론 생태이고요. 생태자연 생태문화 생태영성 이렇게 말입니다. 세 키워드를 넣어 만든 3개의 위원회가 협의해서 교회를 운영하는 구조도 갖추어 나갔습니다.
녹색교회 인증과 ‘그린 엑소더스’
쌍샘자연교회는 낭성으로 이전한 지 7년만인 2009년 녹색교회 인증을 받았습니다. 백 목사님의 신학과 교인들이 함께 이뤄낸 결실이지요. 흥미로운 점은 녹색교회 인증을 전후해서 마을이 되살아났다는 사실입니다. 이전 당시 6가구밖에 되지 않던 마을이 지금은 60가구로 커졌습니다. 교회 주변으로 집을 지어 이사를 온 교인들이 약 30가구, 산업화 시기에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갔던 이들 가운데 되돌아 은 경우가 약 30가구랍니다. 교회가 마을을 되살린 드문 사례지요.
청주에 살면서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도 60~70%에 이릅니다. 아예 이사를 하고 싶은데, 토지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집 지을 날을 기다리는 교인도 여러 가구라고 합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2022년을 ‘녹색 출애굽’의 해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백 목사님의 책(『자연 문화 영성의 숨이 있는 쌍샘자연교회이야기』)에 나옵니다. 2022년은 쌍샘자연교회가 창립 30주년, 이전 2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합니다. ‘녹색 출애굽’을 영어로 하면 ‘그린 엑소더스’입니다.
처음에는 근대문명 전체가 ‘녹색’을 행해 ‘탈출’해야 새로운 ‘가나안 복지’가 펼쳐진다는 믿음이라고 알아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가나안 복지가 닿느냐 아니냐는 건 둘째치고 앞으로는 인류의 삶 자체가 새로운 출애굽을 해야 가능하다는 믿음이 그 말 속에 담겨 있습니다. 백 목사님이 책에도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그린 엑소더스, 녹색 출애굽이다.”
김 부목사님 설명에 따르면 쌍샘자연교회의 믿음은 적색은총과 녹색은총, 이 두 가지 은총을 기반으로 합니다. 적색은총은 ‘보혈’이고, 녹색은총은 ‘창조’를 가리킵니다. 하느님의 창조 자체가 녹색은총이고, 우리는 창조의 섭리가 작동하는 녹색은총 속에서 사는 존재라는 뜻으로 저는 알아들었습니다. 보혈은 기독교 신앙의 정수 가운데 정수입니다만, 여러 기독교 전통이 깜빡하고 있던 창조의 은총을 이제는 새롭게 깨달아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그 깨달음은 곧바로 ‘녹색 출애굽’으로 이어져야겠지요.
교회 공간과 공동체 문화
쌍생자연교회 예배당은 두 개의 샘이 맞물리게 형상으로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예배당 앞과 뒤로 여려 용도의 건물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공방 건물, 사택용도 지었다가 지금은 2층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는 건물, 교회 마당 한쪽의 태양광시설. 예배당 뒤 ‘봄눈 상점’, 교인들이 손수 지은 황토방, 교육문화공동체 단비, 카페 단비, 생태자연도서관 봄눈, 북카페와 북스테이, 체험학습장 등이 오순도순 자리 잡고 있더군요.
도서관은 생태서적 전문도서관이어서 전국에서 찾아오기도 하고, 상호대차 서비스도 한다고 합니다. 북스테이는 책을 읽으며 쉬다 갈 수 있는 숙박시설입니다. 그리고 이들 시설에서 연중 어린이와 공동체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청주 시내에서 찾아오는 시민들도 많다고 합니다.
쌍샘자연교회 교인들은 청주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기후 환경 생태 관련 행사와 활동에 적극 결합하려고 노력한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수가 아니어도 기후 환경 생태의 전환을 외치는 자리에 꼭 함께 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동참해서 목소리를 보태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린 엑소더스에 성공하려면, 사회 전체의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꼭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에 남는 밥상기도문과 명언들
쌍샘자연교회 교인들은 밥상공동체를 매우 중시하는데, 함께 식사하면서 이런 기도를 드린다고 합니다. 소박하지만 진실한 기도문 같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이 땅에서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은혜를 맛보며 하늘과 땅, 낮과 밤의 섭리에 감사합니다.
영생의 떡이요, 생명의 물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의 밥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우리도 밥이 되고 식물이 되어 목숨을 살리는 생명 평화의 삶을 살겠습니다.
하나님이 은혜로 주신 이 밥상 앞에서 고마운 이들을 생각하며 감사하고, 먹을 것이 없는 형제와 이웃을 위하여 욕심 부려 먹지 않고, 남기고 버리는 것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예수님처럼 단순하고 검소하게 생명과 자연을 보듬는 흐르는 물과 같은 하나님 날의 삶을 살아갈 것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예배당을 둘러보고 나서는데 바닥 쪽에 써 놓은 글귀가 들어왔습니다. “성경에 밑줄을 긋기보다 삶에 밑줄을 그어라.” 멋진 말입니다. 성경책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읽고 밑줄을 수도 없이 긋는다해도, 삶을 제대로 살아나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쌍샘자연교회에서 들은 명언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당신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세요. 그것 없이 살아갈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벼락같이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저는, 내게 필요한 것을 주님 뜻 안에서 허락해 달라고만 기도했지, 그것 없이 살아도 되는 방법을 깨우쳐 주십사 기도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말입니다. 녹색 엑소더스의 시대에는 ‘좀 더’가 아니라 ‘하나라도 덜’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교회가 ‘하나라도 덜’ 정신을 실천하고, 이웃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납득시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매원교회가 쌍샘자연교회처럼 자연의 품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시 한복판에서 도심 녹색교회가 되는 첫걸음은 바로 이런 정신과 실천이라는 생각이 돌아오는 길 내내 따라왔습니다.
글/양훈도, 사진/김정신, 정종훈

(사진 1) 쌍샘자연교회 마당에서 김종철 부목사님과 함께.

(사진 2) 교회 마당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

(사진 3) 생태도서 전문 도서관.

(사진 4) 북카페 안 서점.

(사진 5) 교인들이 손수 지은 황토방

(사진 6) 쌍샘자연교회 예배당.

(사진 7) 예배당 설교단 뒤편. 가운데에 “하나님이 계십니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가 십자가 형상으로 쓰여 있고, 십자가 왼쪽에는 교회의 절기가 적혀 있습니다. 절기 중 맥추절과 추수감사절 사이 창조절이 보입니다. 십자가 오른쪽에는 쌍샘자연교회의 핵심소명을 설명하는 1전 1소 1강이 쓰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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