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유정란 김원숙 권사(새샘감리교회)는 닭을 자식처럼 여긴다. 스스로 자신을 꼬꼬 엄마라고 한다.
만나유정란을 운영하시는 식구들. 죄로부터 김원숙 권사와 새샘감리교회 한규준 목사님과 김경숙 사모님
닭들은 정말 김 권사를 엄마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닭들 풀어 놓는 방사장을 가리키고 잇는 김 권사
케이지 대신 넉넉해 보이는 양계 축사 모습. 닭들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우연하게 포착된 수탉과 암탉의 조우 모습.. 수탉의 포스가 느껴진다.
수탉은 아탉들이 먹이를 먹는 동안 자신은 먹이를 먹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건강한 먹이를 위해 스스로 담근 효소들..
바로 인천 만수동 포도밭에서 방사로 키우는 닭이 낳은 알이지요.
이른바 만나유정란..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에서 발행하는 "농촌과 선교"에 기사로 싣기 위해 지난 8월 14일(월), 이곳을 방문하였습니다.
농촌과 선교에 기고한 글과 함께 사진을 싣습니다.
만나 유정란을 구입하시는 교우들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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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농촌과 선교에 실릴 글입니다.
▢ 생명살림꾼 이야기
어느 꼬꼬 엄마 이야기Ⅱ
-만나 유정란으로 생명을 살리는 김원숙 권사(새샘교회) 이야기-
이주현 목사(본지편집위원, 매원교회)
계란에 대한 추억은 먼저 어릴 적 소풍과 도시락 반찬으로 떠올려진다. 사는 것이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 모처럼의 소풍을 갈 때면 사이다 한 병에 삶은 계란이 그렇게 궁합이 잘 맞았다. 또한 계란 후라이는 모든 사람이 탐내는 반찬으로 도시락 밑바닥에 깔아놓고 먹었던 서민들의 단백질 보충식품으로도 각광을 받던 식품이었다. 대부분 집집마다 서너 마리 씩 키우던 닭들은 식구들의 단백질 보충과 손님 접대용 반찬으로 계란을 공급하는 식구와 같은 존재였던 적이 있었다.
그런 계란에 대한 낭만적인 추억은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 그것은 아마도 대량 생산을 위해 닭을 케이지(cage) 안에 가두고 계란을 생산해내는 양계장이 생기면서 부터일 터이다. 서너 마리씩 짝 지어 집안 구석구석을 돌면서 온갖 벌레를 잡아먹고 풀을 뜯어먹으면서 식구처럼 함께 살던 닭이 낳은 알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으로 생산해내는 일종의 계란 공장인 셈이다. 자연의 생태계는 조화와 균형이 그 본질이다. 획일화된 케이지와 그 안에 갇혀 평생을 살면서 알만 낳는 기계로 전락한 생명체가 온전할 리가 없다. 그 곳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그로인해 약해진 면역력을 보완해야하기에 인간은 인간의 몸에 해로운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고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시기에 포털 상위권에 랭크된 기사가 우연하게도 살충제 계란이었다. 남양주에 위치한 어느 양계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허용기준치(0.02mg/kg)를 넘는 0.0363mg/kg이 검출되어 출하가 금지되고 이 여파로 대형마트들과 편의점, 슈퍼마켓들까지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이 양계장은 지난 년 초에 휩쓸고 간 AI파동 때도 살아남아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난 양계장이라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AI(조류 인플루엔자)파동에 이은 살충제 계란, 그 다음에는 무엇이 계란을 오염시킬지, 우리네 소중한 식품인 계란에 대한 두려움이 재앙처럼 느껴진다.
사실, 이러한 재앙은 이미 예고된 것들이었다. 대량 생산을 통해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한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라는 확신 때문이다. 좁은 땅에서 더 많은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케이지가 필수품이다. 폭이 50cm도 안 돼 보이는 케이지 공간은 닭이 날개 짓도 하기 힘든 공간이다. 그런 케이지가 다닥다닥 붙어 수천수만 마리가 우글 되는 그런 공간에서 생산된 계란이 과연 우리 몸에 들어가도 괜찮을만한 그런 계란일까? 조화와 균형이 깨진 그런 곳에서는 건강한 생태계가 작동될 수 없고, 생태계가 깨진 곳에서는 생명에 대한 왜곡 현상이 반드시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 왜곡으로 인한 오류가 바로 AI이고 살충제 계란 아닐까?
그러한 생명에 대한 본질과 원리를 신앙 안에서 잘 파악하고 삶 속에 적용하며 살고 있던 한 여성이 인천 만수동 포도밭에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맘으로 10년 전, 유정란(만나 유정란)을 생산하는 터전을 마련하였다. 서울로 통하는 항만의 도시 인천과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찬 만수동에 무슨 포도밭인가,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일명, 한남소래단맥이라 일컫는 성주산(210)과 소래산(299), 상아산(150), 관모산(160)에서 이어지는 장아산(72)자락에 위치한 곳으로 언뜻 꽤 깊은 산 중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10년째 500여 마리의 닭들을 식구처럼 보듬으며 살고 있는 새샘교회(한규준 목사) 김원숙 권사(64)를 만났다.
꼬꼬들의 엄마
김원숙 권사는 첫 눈에 봐도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는 축산인 같아 보이지 않았다. 짙은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검은 셔츠에다 베이지 색의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평범한 전업 주부의 모습이다. 그렇다. 그는 500여 마리의 닭을 보살피며 건강한 유정란을 생산하는 축산인 이라기보다 500여 명의 자식을 돌보는 엄마 같은 모습이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축사 안에 들어갔으면 하는 필자에게 축사를 개방하고 먼저 들어가자 닭들이 김 권사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낯선 이방인인 필자가 축사 안으로 들어가도 닭들은 전혀 경계를 하지 않았다. 이 또한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하여 내 옆을 서성거리는 닭을 움켜잡자 그제서 놀라 버둥거리며 날개 짓을 하는 폼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풀밭으로 나가 사진 촬영을 하는 내 엉덩이를 부리로 쪼아대며 뭔가 사인을 보낸다. 사진 촬영을 하는 내내 김 권사의 곁에는 닭들이 떠나질 않고 있었다.
김 권사는 자신을 닭들의 엄마라고 칭한다. 이는 지난 2007년 7월 15일자로 발행한 “우리들의 텃밭”(재창간1호)에 “어느 꼬꼬 엄마 이야기”에 잘 나타나있다. (사실, 그 글의 제목보다 더 마땅한 제목을 찾을 수 없어, 본 글의 제목도 “어느 꼬꼬 엄마 이야기Ⅱ”로 정했다). 실제로 김 권사는 닭들과 인격적인 소통을 하고 있었다. 닭을 자식으로 보면서 생긴 자연스런 모습이다. 그들이 알을 낳고 ‘꼬꼬댁’하는 소리를 그들이 자신들을 봐달라는 어린 자식의 어리광으로 듣는다. 케이지에서 기계처럼 낳은 알을 꺼내는 것과는 달리 영혼이 담긴 깊은 대화를 통해 닭들과 수많은 교감을 나누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닭들의 성격까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이번이 들어온 닭들은 비교적 온순하다고 한다. 어떤 때는 급한 녀석들도 있고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 까칠한 녀석들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자식처럼 대하다보니 가슴이 아플 때도 있다. 그들이 병이 들 때와 2년여 동안 지내면서 산란기를 마감한 닭들을 처분할 때마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식구처럼 2년 넘게 지냈으니 그들의 성격과 생김새까지 눈에 들어오는 녀석들을 다른 곳으로 보낸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단다. 자신처럼 자식같이 돌보아 줄 곳이 사실상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김 권사는 자신이 스스로 닭들의 마지막 까지 책임을 지고 싶다고 했다. 더 이상 산란을 할 수 없는 닭들을 품에 앉을라치면 좋아서 안긴 닭들이다. 그들을 김 권사는 짧은 순간 가장 편안하게 보내는 일까지 감당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차마 못할 짓 같았지만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보다 그게 더 맘이 편해서 택한 방법이다. 맘은 편하지만 몸은 고달프다.
아픔만큼 성숙해진 삶
김 권사께서 이렇게 닭을 키우면서 유정란을 생산하게 된 배경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김 권사에게 찾아왔던 유방암 때문이다. 지금은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 김 권사가 마음에 다짐을 한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집념이었다. 자신의 몸 한 부분을 도려내고 항암치료를 거듭하며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얻은 결론이다.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물이 온전치 못함으로 인해 생긴 병임을 깨달은 셈이다. 유전자 조작 식품들과 상업적인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농산물과 수산식품들에 대한 꼼꼼한 성찰이 그 때부터 이뤄진 셈이다.
이후 김 권사께서는 예산으로 내려가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을 위한 첫 시도로 유정란을 택하게 된다. 물론 이 당시 제부였던 한규준 목사와 동생 김경숙 사모의 권고와 도움이 컸다. 그 때 김 권사께서는 첫 시도로 3,000마리의 병아리를 구입하여 언니(김원분 권사)와 함께 자연농법 원리에 맞춰 유정란을 생산하는 일을 시작하였다. 2년 뒤 대형 화재로 축사가 전소되는 바람에 모든 일을 접고 자리를 잡은 곳이 오늘 만나 유정란을 생산하는 만수동 포도밭이다. 그 당시 많은 어려움과 역경이 있었지만 김 권사는 그 곳에서 유정란 사업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가다듬고,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을 건강한 유정란 생산을 위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당시 김 권사는 닭들의 면역 강화와 체질 강화에 매우 유용한 첨가물(마늘청국장)을 소개해준 신성민 사장을 잊지 못한다.
김 권사의 자연농법 원리에 기반한 유정란 생산은 크게 세 가지 특징으로 나타난다. 먼저 방사이다. 좁은 케이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은 넓은 면적의 방사장이 건강한 유정란을 생산하는 핵심이다. 20여 마리 당 한 마리 꼴로 투입(?)된 수탉과 맘 놓고 뛰어놀며 날개 짓을 할 수 있는 맨바닥은 유정란 생산의 필수 요소이다. 그래서 김 권사께서는 2,500여 마리를 키울 수 있는 공간(약 200평의 축사와 100평의 방사장)에다 500마리만 키우고 있다.
그 다음에 필수적인 것은 무항생제이다. 닭들에게 치명적인 병이 호흡기 질환인데 이 질환에 걸리면 산란율도 떨어지지만 폐기 처분을 해야 할 지경이 이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양계장에서는 항생제를 먹일 수밖에 없지만, 이 항생제가 고스란히 계란에 잔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그래서 김 권사께서는 처음에는 값비싼 유기농 항생제를 구입하여 먹였으나 별 효력이 없었다고 한다. 이후 김 권사께서는 방식을 달리하여 면역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방식을 바꾸었다.
그렇게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김 권사는 특별한 자신만의 첨가물을 개발해내기에 이르렀다. 효소를 만들어 닭들에게 먹이는 것이다. 정말 김 권사의 축사 안 한 켠에는 김 권사께서 직접 채취하여 2-7년 동안 발효시킨 효소 통들이 즐비했다. 산야초를 비롯하여 민들레, 포두, 수세미, 쇠비름, 오가피, 복숭아, 오디 등. 사람의 몸에 그렇게 좋다는 그 효소들을 그의 닭들을 위해 만들어 먹이고 있는 것이다. 효소 원액을 시중 사료(요즘에 시중에 유통되는 사료에는 항생제가 없다)에다가 첨가제를 섞어서 먹여왔다고 한다. 그 결과 닭들이 건강해졌고 면역력도 강해져서 올해 년 초에 몰아쳤던 AI에도 거뜬했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닭들이 편안하고 건강하니 산란율도 뛰어나다고 한다. 자연 방사 상태에서 산란율이 90%면 매우 뛰어난 편인데, 만나 유정란에서는 그 보다 더 뛰어난 99%에 다다른다고 자랑스러워하신다. 자식처럼 잘 돌보고 편안하게 해주니까 자식들이 자신에게 자신의 알로 보답하더라는 김 권사의 고백 속에서 닭들에 대한 진한 애정과 신뢰감이 묻어나왔다.
만나 유정란을 통해 나눔의 삶 살고파
계란은 완전식품이다. 흰자에 함유된 라이소자임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하여 감기약의 성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콜린, DHA, 아라키돈산, 엽산, 철분 및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있어 태아의 뇌 발달과 장애 발병률을 낮춰준다고 하여 임산부의 태아 건강을 위해 권장하는 식품이기도 하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2005)에 의하면 청년기에 일주일에 계란 6개 이상을 먹은 여성은 유방암 발병 위험도가 44%이상 낮아진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두테인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있어 눈 건강에 도움을 주고, 근육성장에 핵심적인 성분이 있어 보디빌더들이 즐겨 먹는 식품이기도 하다. 노른자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이 문제이지만, 이 또한 그 수치가 미미하고, 오히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어,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품 가운데 완전식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계란에 인간의 탐욕이 개입됨으로 인하여 생기는 오류들이다. 그 오류들로 인해 계란에 대한 불신이 가증되고 있으니 가슴 아픈 일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 권사는 건강한 계란을 생산하는 일로, 동물 복지를 실현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매진하고 싶어 한다.
이른바 케이지 방식으로 하면 지금보다 힘도 덜 들고 더 많은 수익을 취할 수 있지만 김 권사의 의지는 분명하다.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일을 하면서 누리는 기쁨과 보람을 그는 그 어떤 물질적인 성과보다 더 큰 보답으로 여긴다. 비록 한 사람의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수익이지만, 자신의 일로 인하여 한 사람이라도 건강한 계란을 접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 1,000마리 정도로 규모를 키워 나눔의 삶을 살고 싶다고도 했다. 더 많은 수익을 남기려는 게 아니다. 이렇게 행복하게 키운 닭들이 나은 건강한 계란을 더 많은 이웃들에게 나누고 싶다는 열망이다. 날로 저하되는 시력과 기력이지만, 이웃들에게 건강한 먹을 거리를 나누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아직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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