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6일, 수원평화의 소녀상(수원시청 건너편 공원) 앞에서
제8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원수요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아날 문화제는 우리교회에서 주관하였습니다.
수원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위안부'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 땅에 그런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힘을 합하자는 취지로 2014년 5월 3일 수원시민의 성금으로 건립되었습니다.
소녀상 건립 이후 3년이 지난 2017년 5월 3일, 그 소녀상에 담긴 취지를 공감하는 시민들이 모여 매월 첫 번째 수요일 수원문화제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이후 80차에 이르도록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왔습니다.
우리교회는 알년에 1~2회 주관단체로 참여하며 이 모임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날 수원문화제에는 담임목사와 두 분의 부목사, 그리고 교우 네 분이 참여하였습니다.
교회를 대신하여 인사말을 하는 담임목사
구호를 외치며 단체 촬영하는 모습
성명서를 낭독하는 안연숙 권사(예배부장)
자유 발언을 하는 사정희 집사
문화공연을 하는 수원지역시민사회 노래패 "너나드리"
이날 사회를 맡은 민진영 목사
이날 발표된 성명서 전문
공의가 물처럼, 정의가 강처럼 흐르는 나라
-제8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원 수요문화제 성명서-
지난 11월 23일, 서울고등법원 제33민사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제 관습법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며, “국가면제와 관련된 국제법 체계가 개인의 재판청구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행되고 있다”라고 선언하면서 국가면제를 배척한 것이다.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발생한 불법행위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는 명쾌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한 ‘일본국이 전쟁 중 군인들의 사기 진작 등을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위안소를 설치·운영하고, 당시 10대, 20대에 불과하였던 피해자들을 기망유인하거나 강제로 납치하여 위안부로 동원하였’다고 명시하고, 원고인 피해자 한분 한분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일본의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재확인했다.
이는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를 돌며 용감하게 증언했던 피해생존자들, 이들과 함께했던 세계 시민들, 활동가들의 승리이다. 특히 고령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법정을 지키며 재판을 참관하고 증언했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승리이며 정의의 승리이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정상적인 주권 국가에서는 상식에 기반한 당연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판결을 두고 양심적인 시민사회 단체에서 일본군 위안부 “기념비적인 판결”이라고 반기고 것은 우리의 현실이 모든 면에서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법원 판결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동안 국가면제를 내세우며 일체 응하지 않았던 일본 정부의 후안무치함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더 한심하고 비겁한 건 대한민국 정부이다. 공식적 입장문 하나 없이 익명을 빌려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히더니,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외교부 장관은 오만불손한 일본 외무상의 발언에 항의대신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 국가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고 한다. 노구를 이끌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려 고군분투했던 할머니들의 힘겨운 투쟁의 결과에 대하여 합의 운운하며 일본 정부의 눈치나 보고 자국민의 피해와 권리구제에 눈을 감는 한국 정부는 도대체 누구의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경에서 사람은 빵으로만 살 수 없다고 했다. 먹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한 주권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다. 그 자긍심은 사회 전반에 걸쳐 충족된 정의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구약의 아모스 예언자는 “공의가 물처럼, 정의가 강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라고 목 놓아 외쳤다.
제 나라 국민의 상처를 보듬지 못하고 법으로 정한 인권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는 정의로운 나라가 아니다. 힘없는 국가에 태어나 힘들고 고통스런 역사의 희생제물이 된 구순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를 짓밟은 전범국 일본과 그분들을 지켜주지 못한 한국 정부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선린 우호 관계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치적인 타협에서 나오는 게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를 지키기 위한 수요문화제 80차를 맞이하였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가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군국주의와 가부장제의 음습한 미몽에서 깨어나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정의와 인권의 새벽을 향해 나아갈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견해를 밝힌다.
하나, 일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께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일본 정부가 아닌 국제적인 기준과 정서 맞게 해결하라!
하나, 한국과 일본 정부는 한국의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그대로 이행하라!
2023년 12월 6일
매원교회 및 제8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원 수요문화제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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